경남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의 양지바른 산중턱에 경량 목구조 45평 본채와 목구조 황토집 8평 별채 그리고 15평 차고 겸 창고로 채 나눔을 한 주택이다. 서구식 주택과 한옥이 한데 어루러져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본채 중앙에 주방/식당과 다용도실을 거실만큼 넓게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건축주는 경남 김해시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편도영(55)·전순옥(49) 부부로, 전원생활 계획에서부터 입지 선정, 부지 매입, 설계 및 시공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자못 진지하다. 이들 부부의 이야기가 전원주택 예비 건축주들에게 좋은 정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축(본채) 정보 ·위 치 : 경남 밀양시 산외면 다죽리 ·건축형태 : 단층 경량 목조주택 ·부지면적 : 1,560평 ·대지면적 : 300평 ·건축면적 : 45평(차고 15평 별도) ·외 장 재 : 시멘트 사이딩, 적삼목 사이딩, 인조 벽돌 ·내 장 재 : 실크벽지, 적삼목 루바, 햄록 무절 몰딩, 무늬목 도어. ·지 붕 재 : 아스팔트 이중그림자 슁글 ·바 닥 재 : 원목 합판마루 ·창 호 재 : 시스템 창호(독일식) ·난 방 : 심야전기보일러 ·식수공급 : 지하수 ·설계 및 시공 : 에스디하우징 031-338-0425, 1582 www.sdhousing.co.kr
건축주인 편도영·전순옥 부부는 현재 40여 분 거리인 밀양 전원주택과 김해 아파트를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군 복부 후 4학년에 복학한 아들과 올해 졸업한 딸이 학업과 직장 관계로 김해 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직장이 김해에 있기에 혹 밀양 주택이 주말주택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그 반대로 부부는 주말마다 자식들 뒷바라지하느라 김해 집에 들르고 있다.
입지立地, 금계포란형 지세에 안기다
으레 그렇듯 이들 부부도 편도영 씨와 달리 전순옥 씨가 전원생활을 반대했다. 60, 70년대 시골에서 생활한 전 씨가 불편함과 외로움, 무서움 등을 이유로 남편의 전원생활을 만류한 것이다. 그런 부인을 편 씨는 자연 환경이 빼어나면서 마을과 가까운 곳에 터를 구하고, 퇴근 후 일찍 귀가하고, 집안일을 적극 돕겠다며 설득했다. 전 씨는 더 이상 남편이 간절히 원하는 전원생활의 꿈을 꺾지 못했다. 그런 전 씨가 아이러니컬하게도 2년 가까이 전원주택 부지를 찾아 발품을 팔던 남편에게 이 터를 소개했다.
편 씨는 다죽리를 찾았을 때 밀양-언양 국도 변에서 지세地勢를 바라보니 산자락에 둘려 싸인 둥그스름한 형태인 데다 햇살이 잘 드는 남향받이고 더욱이 직장까지 40분 거리라 전원주택지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고 한다. 다죽리는 산의 형태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으로, 아랫마을은 예부터 일직一直 손씨孫氏가 뿌리내리고 사는 곳이다. 입지가 빼어나다 보니 윗마을에는 5년 전부터 전원주택 대여섯 채가 띄엄띄엄 들어서 자연 부락을 이루고 있다.
부지 매입-맹지盲地라 920평이 1560평으로 늘다
다죽리에서 편도영 씨가 맘에 들어한 땅은 윗마을 끝자락의 논〔畓〕과 임야林野 두 필지 920평이었다. 문제는 땅이 서측 도로에서 벗어난 맹지盲地였기에 대지로 전용하려면 지주地主에게 토지사용승낙서를 받거나 도로가 난 필지를 추가로 매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편 씨는 기존 도로가 집터 옆으로 많이 벗어나 있어 앞쪽에다 진입로를 내고자 서측과 남측의 두 필지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렇게 해서 920평 부지가 1,560평으로 늘어났다. 맹지를 구입하다 보니 그만한 대가를 치렀지만 서측에서 북측으로 우거진 숲이 북서풍을 막아주는 방풍림 역할을 하기에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고 한다.
배치-거리낌없이 펼쳐지는 조망
편도영 씨는 1,560평 가운데 300평을 대지로 전용하고 전원주택 건축 계획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여러 방면으로 수집한 주택 건축 정보를 바탕으로 마름모꼴 형상의 집터 전면 중앙에 본채인 경량 목조주택과 그 후면에 차고 겸 창고를 그리고 동측 후면에 별채로 목구조 황토집을 배치했다. 설계 및 시공은 본채는 시공 경험이 풍부한 용인 소재 에스디하우징에서, 별채는 울산 소재 한국전통초가연구소에서 그리고 토목과 조경 공사는 중장비 동원과 조경석 구입을 감안해 현지 업체에서 진행했다.
부지 조건은 지목상 답과 임야가 반반이라지만 실제는 비탈진 곳에 층층으로 자리한 다랑논이 대부분이었다. 반반하고 고른 집터로 만들고자 뒤쪽에는 땅을 깎아〔切土〕 조경석을 낮게 쌓고, 앞쪽에는 흙을 채우고〔盛土〕 4미터 정도의 석축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측 구도로에서 안쪽으로 진입로를 내고 작은 연못을 팠다. 이렇게 석축을 높이고, 그 아랫단에 밭을 만든 까닭에 향후 앞쪽에 집이 들어선다고 해도 조망眺望에 거리낄 게 없는 집터가 만들어졌다.
공간구성-주택의 중심에 주방/식당이
본채인 45평 단층 경량 목조주택은 ㄱ자형 평면 구조로 남측으로 거실을 뽑고 서측에서 동측으로 작은방, 주방/식당, 보조주방, 드레스룸과 욕실이 딸린 안방을 배치했다. 대개 주방/식당은 평면구조에서 양쪽 귀퉁이나 거실 뒤쪽으로 밀려나 있는데, 이 주택에서는 거실만한 면적으로 중앙에 턱 버티고 있다. 편도영 씨가 아내를 배려해 주방/식당을 앞뒤 조망이 제일 좋은 데 배치한 것이다. 또한 설계 초기 주방/식당과 보조주방에 접해 있던 보일러실을 차고로 옮겨서 그만큼 면적을 더 넓혔고, 햇살이 안쪽 깊숙이 들이치라고 좌향坐向을 정남향에서 동남향으로 틀기까지 했다. 전순옥 씨가 넓고 화사한 데다 앞뒤로 전망창을 내 쾌적하게 디자인한 주방/식당과 보조주방에 흡족해 함은 물론이다. 편 씨는 안방에 딸린 욕실을 맘에 들어하는데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욕실 창으로 먼 산까지 시선이 닿기 때문이다. 거실은 천장이 박공형으로 한옥의 대청처럼 서까래를 노출시키고 옹이가 없는 루바로 마감했다. 편 씨는 마감재 사용에 있어 시공사에 루바를 제외하고 모두 일임했는데, 그 이유는 아내와 함께 전원주택을 세 곳 방문해서 보니 내장재로 쓰인 옹이가 눈에 어지럽게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별채 한옥, 전통 목구조 심벽치기로
7.8평 목구조 황토집 별채는 전 씨가 특별히 원한 것인데 당초에는 본채 내에 황토방을 계획했다. 편 씨는 목조주택에 구들을 깔고 아궁이를 만들어 황토방을 드린 곳도 더러 보았지만 아무래도 목조주택과 황토집은 시공 기술 분야가 다르기에 본채와 분리해 채 나눔을 했다고 한다.
건축(별채) 정보 ·건축형태 : 목구조 황토집(한옥형) ·건축면적 : 7.76평 ·평면구조 : 일자형 2칸 전퇴집 ·벽체구조 : 황토 이중 심벽치기 ·벽체마감 : 황토맞벽 후 내·외벽 순수 황토 미장 ·창 호 재 : 외부 우드 컬러 새시, 내부 목창·문(세살문) ·바 닥 재 : 구들장 위에 황토+운모+백모래 혼합 황토 미장 ·벽 지 : 닥종이(한지) ·지붕마감 : 한식 기와 ·난 방 : 장작 아궁이 ·공사기간 : 2006년 11월 1일∼2006년 12월 30일 ·건축비용 : 평당 370만 원 ·설계 및 시공 : 한국전통초가연구소 052-263-3007, 011-556-2007 www.koreachoga.co.kr
우진각 기와지붕의 별채는 일자형 2칸 전퇴집으로 실내에는 독립생활이 가능하도록 구들방과 부엌, 욕실을 배치하고 걸터앉기 편하게 전면에 툇마루를 놓았다. 골조를 이루는 기둥과 도리, 보를 사괘맞춤으로 짜고 16㎝ 벽체는 산자를 엮어 생황토에 볏짚을 썰어 넣고 초벽과 맞벽치기를 한 다음 황토로 마감했다. 바닥은 전통 구들을 깔고, 그 위에 황토, 운모, 백모래를 혼합한 황토로 미장했다.
편도영·전순옥 부부는 전원으로 이주 후 아침을 일찍 맞는다. 이른 아침 닭이 홰치는 소리와 산새 소리에 잠에서 깨어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고 한다.
요즘 한창 주민들과 어울려 두릅과 고사리, 취나물 등 산나물 뜯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낸다는 전 씨는 전원생활이 외롭기는커녕 일주일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단다. 어느새 친구가 된 주민들에게 농사일을 배우고 정원에다 야생화를 심다 보면 편안히 앉아서 차 마실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도시생활에 비해 전원생활이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고단한 몸이야 전원생활 새내기 티를 벗으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건강이 깃들지 않겠냐며 웃는다. 몸을 움직인 만큼 무럭무럭 자라나는 텃밭의 푸성귀와 화단의 야생화처럼 이들 부부에게서 밝고 건강한 생명력이 넘쳐흘렀다.田
글 ·사진 윤홍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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