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부지와의 경계에 수령 지긋해 보이는 층층나무가 멋스럽다. 건축주도 부지를 보러 왔을 때 이 층층나무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한다. 양구 토박이인 건축주는 "공기 좋기로 유명한 지역에 살면서 공기 좋은 집은 이제야 갖게 됐네요"한다. 말로만 듣던 친환경 주택의 장점을 몸소 실감하고 있는 정명섭 씨의 목조주택을 찾았다.
건축정보 · 위 치 :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하리 · 부지면적 : 1320.0㎡(400.0평) · 건축면적 : 132.0㎡(40.0평) · 건축형태 : 복층 경량 목구조 · 지 붕 재 : 오지기와 · 외 벽 재 : 스터코, 파벽돌, 벽돌 조적 · 내 벽 재 : 실크벽지, 에코카라트 · 바 닥 재 : 강마루, 폴리싱 타일 · 창 호 재 : 시스템창호(독일식 + 미국식) · 난방형태 : 심야전기보일러 · 식수공급 : 지하수 · 설계 및 시공 : 미가건축 010-2039-0310 cafe.naver.com/mool0310
서울에서 출발해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강원도 양구군은 동서고속도로로 서울–춘천 이동거리가 단축됐지만 여전히 접근성 면에서 덜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수도권 사람들이 양구에 주말주택 짓는다는 소문은 끊임없이 들린다. 그 인기 비결은 뭘까. 바로 다른 지역에서 맛볼 수 없는 청정 자연이 매혹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에는 DMZ(비무장지대) 관광이 가능해져 양구가 품은 천혜의 자연 그 맨 얼굴이 대중 앞에 드러났다. 민통선 북방에 자리 잡은 두타연은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국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며 산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곳으로 알려진다. 50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돼 원시의 자연 모습 그대로다. 두타연 주변 조성된 생태탐방로를 걸으면 10년 젊어지는 기분이라니 '양구에 오면 10년 젊어진다'는 모토가 어디서 나온 말인지 짐작된다. 거기에 10년 젊어지는 약초, 젊음의 묘약이라 불리는 곰취도 이곳 특산물로 해마다 곰취축제가 열린다. 최고가를 자랑하는 명품 수박이 나는 곳도 양구이고 멜론과 사과 등이 특산물로 유명하다. 이처럼 맑은 공기에 좋은 음식에 농사도 잘되니 이곳 사람들은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따로 없다.
"양구처럼 몸에 좋은 집 지어 볼까" 부모 대부터 양구에 터를 잡은 정명섭(48세) 씨와 아내 박미라(40세) 씨는 양구에서 나고 자랐다. 정 씨는 20년간 양구군을 위해 일하고 있기도 하다. 군청 공무원인 부부는 직장에서 만나 결혼했고 지금도 함께 출퇴근하는 잉꼬부부다. 살던 집이 오래돼 불편함이 많아 새집을 계획하면서 전원주택을 짓기로 했다. 박미라 씨는 편리한 아파트를 내심 원했지만 남편과 고등학생 1학년 딸이 전원주택에 먼저 한 표씩 던졌다. 그런데 이 가족의 집 실내 공기는 양구 지역 공기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리 국내 최고의 청정 지역에 산대도 집은 각종 인공 재료로 만들어지고 심하면 유기화합물처럼 인체 유해물질을 방출해 실내 공기질은 나쁠 수 있다. 아이는 약간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고 박 씨는 비염을 앓고 있기에 부부는 목재나 황토처럼 친환경 재료로 집을 지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보다 건축이 간편하고 관리가 수월한 경량 목조주택으로 결정했다.
두 업체에 의뢰해 두 곳의 설계안을 비교한 후 업체를 결정했다. 정씨는 서로 비슷한 도면을 보면서 양구가 고향이자 사업 발판으로 삼고 있는 미가건축 김정호 대표에게 더 끌려 건축을 맡기기로 했다. 양구에서 건축 경험이 많으니 현장 사정에 밝고 자재 공급과 허가 문제 등도 지역민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 짓는 일은 운이 따라야 한다고 했던가. 지난해 8월 첫 삽을 뜨고 거의 한 달간 손을 놓았다고 한다. 착공하기 무섭게 시작된 장마는 거의 매일같이 비를 뿌려 공사가 불가능했다. 기후 탓으로 공사가 지연됐지만 콘크리트 구조처럼 양생 기간이 필요 없고 규격화된 목구조 조립방식으로 한결 간편하고 공사 속도가 빠른 경량 목조주택은 지연된 시간에 대한 보상받은 기분이 들게 했다. "건축주께서 공사에 대한 요구가 많지 않아 크게 신경 안 쓰는 듯해도 정성을 느낄 수 있어 우리도 더 정성을 쏟게 되더라고요. 공사기간 내내 오후 4시면 어김없이 참을 보내주셨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라는 김정호 대표의 말에 건축주는 "건축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니 간섭할 건 없고 공사가 잘되도록 지원이나 한 거지요"한다.
"건강과 단열 실감해요" 양구 주택은 목구조재 사이 유리섬유 단열재 외에 외부 쪽에 열반사 단열재를 추가 설치해 단열성을 높였다. 열반사 단열재는 두께는 얇지만 외부에서 유입되는 복사열 차단과 실내 냉 · 난방열을 외부로 빼앗기지 않도록 기능한다. 제조사마다 성능 차가 있는데 업체 설명에 따르면 크게는 95%까지 복사열을 차단하는 열반사 단열재도 있다고 한다. 주택은 깔끔한 외관을 표현하는 스터코를 주 외벽 마감재로 사용하고 파벽돌로 건물 전면 중심을 장식했으며 하단부는 조적 벽돌로 마감했다. 내부는 실크벽지를 기본 재료로 하면서 벽과 천장 곳곳에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석재와 목재를 다량 적용해 건강성을 각별히 신경 쓴 모습이다. 거실과 주방/식당 등 주요 공용공간을 비롯해 침실 천장에 목재 루버를 시공해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주면서 실내 공기질에 도움되도록 했다. 공간이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천장에 음각을 낸 후 루버를 시공하고 조명등을 설치했다. 거실 한쪽 벽면은 에코카라트 아트월을 시공, 공기 정화와 습기 조절을 담당한다.
부부는 말로만 듣던 친환경 주택의 장점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목조주택에 살면서 아이의 아토피 증상도 조금씩 나아졌다. 정 씨는 단열도 기존 주택에 비해 더 좋은 것 같단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도 적은 난방비로 따듯하게 날 수 있었다. 이곳 자연부락 명칭이 양지마을이듯 집이 앉혀진 곳은 볕이 아주 잘 들고 좌향을 남동향으로 잡아 탁월한 채광으로 난방비를 절약한 것도 있다. 겨울엔 양지가 장점이지만 여름엔 그 반대. 양지마을 여름은 다른 곳보다 더 뜨겁다. 그런데 외부기온 30℃ 가까운 날, 집 안은 아직 봄이다. 이 역시 단열을 잘 한 덕분이다. 부부는 문을 열어 놓으면 시원한 바람이 실내를 통과해 에어컨 없이도 한여름 날 것 같다고 말한다. 양지마을은 양지바른 곳이기도 하지만 다른 곳보다 일찍 해가 뜨기에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아침 4시 30분이면 해가 떠 주민들이 부지런하다. 그렇기에 이곳에 살면 돈을 많이 번다는 설도 전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정 씨 부부도 이곳에 온 후 더 부지런해졌다. 마당에 심은 수목들은 정 씨가 손수 심었고 앙증맞은 야생화들은 박 씨가 가꾼 것이다. "휴일에는 잡초와 씨름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어요. 역시 해가 일찍 뜨고 마당도 넓으니 안 부지런해질 수가 있나요? 우리도 부자 되려나봐요." 정명섭 · 박미라 부부는 경제적으론 몰라도 마음의 부자는 이미 이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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