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5천 평 부지에 33동의 집과 언덕 위 학교. 신인호·윤정희 부부는 오랫동안 간직해 온 꿈을 이루기 위해 금산 별무리마을로 이주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은 꿈을 꾸는 32가정과 함께다. 교사들만 해도 50명, 아이들 60명이 사는 별무리마을. 기존 마을 아이들이 진학을 위해 도시로 빠져나간 자리에 별무리마을 교사와 아이들의 역이동으로 마을은 다시 생기가 넘친다.
충북 금산군 남일면 신동리에 위치한 별무리마을은 농림수산식품 부와 군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전원마을이다. 33가구의 동호인 단지로 동호인들의 마을 조성 취지와 목표가 뚜렷해 조성사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됐다. 33가구 건축주는 모두 교사선교회 소속 교사들로 종 교와 직업도 같지만 꿈도 하나로 통한다. 바로 공교육이 채우지 못하는 교육 문제를 33가구가 힘을 합쳐 대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마을 중심에 탄생한 것이 별무리학교다. "각자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교육보다 무조건적인 경쟁과 입시 위주 의 공교육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불행해 보여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고 자기 발견을 하며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별무리학교를 세우게 됐어요. 우리는 아이들이 세상에 빛과 소 금이 되길 바라요." 별무리마을 입주민 윤정희(40세) 씨의 설명이다. 윤 씨 남편 신인호 (46세) 씨도 교사로 두 사람은 교사선교회에서 만나 결혼했다. 이처럼 이 마을에는 교사 부부가 꽤 되어 50여 명의 교사가 입주민이다. 1970 년대부터 인천교대에서 출발해 전국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교사선교 회는 대안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10여 년 전부터 대안학교 설립 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별무리학교를 통해 비로소 그 꿈의 첫 발을 내 디뎠다.
전원에 꿈을 짓다 별무리마을 조성 추진위원장을 맡은 신인호 씨는"농식품부 전원마 을 사업 지원 받기로 하고 입주민 모집 공고를 냈는데 처음엔 반응이 좀 썰렁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걱정도 됐는데 신청자가 많아 애초 계획 한 22가구를 넘어 33가구로 규모를 더 확대했어요. 1년 내 17동을 완공 했으니 성공적이라 생각해요"라 말한다. 금산으로 부지를 정한 것은 전국 규모의 교사선교회 회원들이 모이 기 쉽도록 중부 지역으로 잡은 것이다. 입주를 결정한 교사들은 시·도 간 교류를 통해 충남으로 발령 받고 서울 부산 인천 경기 등 도시를 떠 나와 금산 논산 계룡 등 인근 공립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보다 여건이 나은 교육 환경을 버리고 과감하게 시골로 내려온 것은 오로지 바른 교 육을 이루겠다는 꿈이 있기 때문이었다. 교사들은 많게는 1억 원까지 별무리학교 건축 비용으로 기부했으며 이 마을 4명의 교사는 다니던 학교를 퇴직하고 별무리학교 교사를 자청했다. 그 중 한 교사는 퇴직연 금을 받을 수 있는 1년을 남겨놓고 19년간의 공립학교 교사생활을 접었 다. 꿈의 학교 원년 멤버로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웃들과 재능 품앗이를 신인호 씨는 논산 가야곡초등학교, 윤정희 씨는 금산 남이초등학교 재직 중이다. 윤 씨는 2009년 인천에서 금산으로 발령 받고 1년간 관사 에서 지내기도 하고 읍내 주공아파트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모두 오랫 동안지낼곳으로내키지않았다. " 특히 관사는 이웃집이 없어 외로웠는데 이곳에서는 공동체로 이웃들과 어울려 사니 너무 좋아요." 신 씨도 "혼자라면 전원생활이 힘들 거예요. 그리고 수도권에 살 때 는 아래 지역 회원들을 만나기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지인들이 이웃이 되니 좋아요. 특히나 꿈이 같은 사람들이라 마음이 편하지요." 앞집 어르신이 직접 재배한 콩나물을 나눠줘서 맛보는 것도 즐겁고 텃밭 가꾸는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구경하는 것도 아이들에겐 좋은 볼 거리고 배움이 된다.
윤 씨는 자신이 담당하는 학급도 학생 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 도로 이 지역은 학생이 귀하다. 금산 내에는 대학교가 없다. 그러다 보 니 교육환경이 느슨하다. 해서 고등학생이 된 큰아이의 교육이 걱정이 었는데 별무리마을 내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아랫집 선생님이 큰아이 공부를 도와주고 그 대신 윤 씨는 아랫집 아이들과 그림을 그린다. 재 능품앗이로상부상조하고있다. "말 한마리가 끌 수 있는 무게가 1톤 인데 두 마리는 무려 22톤을 끌 수 있다고 해요. 바로 그처럼 우리 공동 체가 주는 시너지 효과가 아주 클 것으로 기대해요." 신 씨 부부의 목조주택은 지난해 8월 완공을 보았다. 사람들은 이곳 에 집들이 들어서기 전에"저 야산에 어떻게 집을 지으려고 하나"했단 다. 신 씨 부부는 물론 이웃들은 "이렇게 집 올리고 나니 꿈만 같다"고 들한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세우는 일도 설레었지만 집을 올리는 일도즐거운과정이어서부부는시공업체에감사함을느낀단다." 시공 업체를 알아보다 지인이 괴산에 지은 목조주택을 구경했는데 포근하 고 좋았어요. 무엇보다 집 짓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없이 아주 기분 좋 게 지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정말 그랬어요." 이들 도시 이주민들이 입주한 후 마을 한 어르신은 '아이 울음소리를 22년 만에 처음 듣는다'고 할 정도로 이곳은 아이가 귀한 마을이다. 올 봄 별무리학교가 개교를 하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초·중등학생 80 명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아마도 마을 어르신들의 가슴을 두근거리 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