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튼 웨스트에 위치한 ‘카페랄로CafeLalo’ 가 분당 운중동에 그대로 옮겨 왔다.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이 처음 만난, 뉴욕 도심의 카페와는 달리 분당 카페랄로는 운중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 전원 속에 자리한 오픈한지 2년도 되지 않아 연매출 16억 원을 올리며 성공 가도를 달린다. 여성CEO가 전하는 전원카페 경영 노하우를 들어보자.
글 최영희 기자 사진 홍정기 기자 취재협조 카페랄로 031-709-5711 blog.naver.com/lalo5711
눈부신 햇살을 등지고 드넓은 대지 위에 견고히 서있는 ‘카페랄로CafeLalo’. 입구 옆의 빨간 우체통은 어릴 적 친구와 주고받던 손편지를 떠오르게 해 정겨움을 준다. 안으로 들어서자 갓 구워져 나온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과 로스터기 돌아가는 소리, 직원들의 환한 미소가 어우러져 카페랄로가 완성된다. 운중저수지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앉아 카페지기 오원자( 세) 씨를 기다렸다. 5개의 외식 업체를 운영하는 여성CEO라는 이야기를 듣고 연상했던 강한 이미지와는 달리 아담한 체구의 온화한 분위기를 지닌 그녀가 나지막이 인사를 건넨다.
전화위복轉火爲福으로 일어서다 한때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던 경기도 분당이지만 불과 십 여년 전만 해도 개발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불모지였다. 이곳에 카페지기가 터를 잡은 이유는 앞에 펼쳐진 운중저수지와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주변 경관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처음엔 전통카페로 시작했다가 중간에 한정식집으로 바꿔 10년을 운영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원인 모를 화재가 일어나 그때 카페로 전향하게 됐죠.” 불이 난 자리에서는 무엇을 해도 잘된다는 속설이 있다. 뜻밖의 사고에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삼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기본 골조만 남은 상태에서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가까운 지인에게 리모델링을 맡기면서도 카페지기는 여러 카페를 돌아보며 자문을 얻어 인테리어에 적극 반영했다. “몇 해전 한정식 식당 오픈차 맨하튼에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들렀던 ‘카페랄로’라는 곳이 불연듯 떠올랐어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럽형 카페였는데 그때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곳을 모티브 삼아 내츄럴함과 편안함을 강조하고자 자재 선택과 컬러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 2011년, 카페랄로는 새 옷을 입고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후한 인심이 만들어 낸 고객과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카페를 오픈하고 고객들에게 당일에 만든 빵을 무료로 제공했어요. 그 후로 빵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손님이 많아졌어요. 덩달아 커피를 찾는 손님이 늘었지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빵부터 포장주문 하는 손님도 있다고. 전문베이커, 바리스타, 쉐프가 카페의 맛을 책임진다. “커피부터 떠올리는 여느 카페와는 차별을 두고 싶었어요. 카페는 쉬어가는 공간이라 생각해요. 커피를 마시며 한껏 여유도 부리다 출출해지면 식사도 즐길 수 있는 전원카페만의 특성을 살리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경영철학 첫 번째는 ‘고객중심’이다. “모든 것을 고객의 편의에 맞추려고 해요. 머무는 동안 눈치 안보고 편하게 오래 있다 갈 수 있도록 고객에게 최대한 간섭하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이야기해요.” 그래서인지 20, 30대가 주 고객을 이루는 여느 카페와는 달리 카페랄로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젊은 층보다는 나이 지긋한 손님이 많이 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실제 손잡고 오는 노부부를 볼 때마다 그 바람이 이뤄져 기쁘다고. “손님이 즐기고 가는 게 많았으면 하는 마음에 바리스타 교실을 열었는데 첫 수강생이 카페 단골이신 할아버지였어요. 친구 분이 오면 당신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겠다며 열의를 다해 배우더라구요.” 두 번째 경영철학은 ‘넉넉한 인심’이다. “빵은 무한 리필 해드려요. 원하는 만큼 실컷 드실 수 있게요. 또한, 식자재 비용을 줄이려고 남은 재료를 활용하기보다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려고 하고 있죠.” 요즘 카페랄로에서 핫한 이벤트는 ‘느린 우체통’이다. 손님이 직접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어두고 가면 1년 후에 배송하는 무료 우편배달 서비스로, 점점 사라져가는 편지, 우편 시스템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반응이 꽤 좋다고.
“계절별로 조경 관리도 해야 하고 한겨울에는 제설 작업하는 게 참 힘들죠. 하지만 만들어가는 재미, 채워가는 재미가 있어요. 돈을 번다는 생각보단 즐기는 마음으로 운영하다 보니, 전원카페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작고 아담한 체구지만 여장부의 배포를 가진 그녀의 통 큰 운영철학이 카페랄로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