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에 갇혀 산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트레스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한 다양한 질병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취미활동을 찾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예방하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시간을 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동 화계면에서 ‘음악명상 심리치유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정은 소장은 스트레스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다스리는 법을 전파하고 있다. 봄답지 않게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날 소소한 전원 삶을 누리는 이 소장의 삶을 잠시 들여다봤다.

글·사진 백홍기 기자 디자인 이정미

건축주 주거공간은 최소한 필요한 만큼만 공간을 확보했다.

화계면 탑리는 녹차로 유명한 지역이다. 탑리의 풍경은 마치 고운 찻잔에 담긴 한 잔의 차 같다. 스쳐 지나기엔 아까운 아름다운 도로는 차를 세우게 만든다.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파동을 울려주는 풍경이다. ‘음악명상 심리치유연구소’를 찾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연구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 길에 위안을 받았으리라.


집 크기에 비해 넓은 창을 내 집 안에 빛이 충분하다. 목조주택에선 가로로 창을 넓게 내는 게 어렵다.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과 우측에 방을 하나씩 두고 거실과 화장실을 복도형으로 설계해 공간 활용을 높인 구조다.


황토와 나무, 한지로 구성된 집은 자연 친환경적이며 따뜻한 색감으로 아늑한 공간을 제공한다.

수려한 풍경과 황토는 심리적 안정감을 줘
초가집과 토담집 등 전통 한옥에서 황토를 빼놓을 수 없다. 이처럼 황토와 가깝게 살아온 민족이라 붉은색의 황토를 대하는 게 익숙하다. 여기에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 때문에 화장품과 주방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된다. 이정은 씨가 심신 건강에 도움 되는 황토주택을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
‘교육심리 및 상담심리’를 전공한 이정은 씨가 음악 심리 치료를 하게 된 이유는 피아니스트가 꿈일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아왔던 경험 때문이다. 실제 음악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끼친다. 음악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의 가슴에, 아픔에, 기쁨에 파고들어 감동을 준다.


우리 정서와 잘 어울리는 황토로 지은 집은 자연과도 조화롭다. 게스트룸 덱은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공간으로 꾸몄다.


게스트룸 아궁이. 구들을 이용해 찜질방처럼 사용 가능하다.

이정은 씨가 심리치유를 하게 된 이유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서이다. 관심의 본질은 애정이다. 이정은 씨는 상처받은 사람, 우울한 사람,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사람의 내면을 애정 어린 마음으로 살피고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심리치유는 김해에서 출발했다. 10년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다 탑리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전에 있던 지역이 4대강 사업에 포함되면서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어요. 그때 대안학교를 다니던 딸 학교의 학부모 집이 이곳이었어요. 한번 보고 결정했죠. 주변 환경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되는 이곳이야말로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집 안에서도 보이는 섬진강이 마을 앞을 지나고 집 뒤로는 성재봉이 마을을 감싸고 있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은 풍수적으로 좋아 보인다. 더욱이 앞이 낮고 뒤가 높은 전저후고(前低後高) 형태까지 갖춰 더할 나위 없다.


넓은 창과 세로로 긴 창을 내 조망을 확보하고, 실내에 햇빛이 고르게 분산되도록 설계했다.


따뜻한 느낌이 가득한 심리치유 공간은 황토와 나무, 한지 벽지와 장판으로 마감해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계획했다.

소소한 삶과 여유가 담긴 공간
마을 언덕길을 올라 건축주의 집에 다다르면 먼저 눈에 띄는 게 ‘음악명상 심리치유 연구소’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이 뒤로 세 채의 건물이 들어서있다. 아담하게 보이는 단층 건물의 첫 번째 건물이 건축주의 주거지이다. 그 뒤로 심리치유를 위한 가장 큰 건물과 작고 예쁘게 지은 게스트룸이 앉혀져있다. 각 건물은 개성을 살리고 조화롭게 맛배지붕, 모임지붕, 경사지붕으로 설계했다. 두 개의 공간은 넓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주거공간과 일터로 분리했다. 건물은 모두 황토로 지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했다.
건물 외벽은 벽돌로 치장 하고 지붕은 황토색의 오지기와를 이용해 어느 하나 튀어 보이지 않게 했다. 실내 마감도 황토 벽돌을 사용했고 일부는 한지로 변화를 주었다.
공간이 넓은 심리치유 공간은 안정감이 들도록 모서리 부분을 통나무 기둥의 느낌이 나도록 포인트를 줬다. 손님들 휴식공간인 게스트룸은 듀플렉스 홈처럼 동일한 구조이며, 원룸형으로 되어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락을 만들어 침실로 사용한다. 또한, 게스트룸의 넓은 덱은 건물을 이용해 자연 그늘이 지게 만들고, 시야가 트여있어 휴식의 연장선으로 계획했다. 아궁이를 이용한 구들 난방은 찜질방 효과도 있어 몸의 피로를 푸는데도 그만이다. 하나 아쉬운 건 심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고 조용하며 쾌적한 환경을 갖춘 곳. 몸과 마음을 어르고 달래며 평화를 찾아가도록 최적화된 곳. 치열하고 복잡한 도심의 생활에서 잠시 탈출해 모든 걸 내려놓고 쉴 곳을 찾는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田


아름다운 음악과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넓은 공간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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