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중심도시' 유력대안 부각
"연기, 공주지역 2160만평에 40~50만명 자족도시"

청와대와 외교, 안보 관련 부처들을 제외한 정부부처가 연기·공주로 옮겨가는 행정중심도시안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의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신행정수도 후속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대체로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면서 자족성을 갖출 수 있는 행정중심도시안을 바람직한 대안으로 꼽았다.

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행정수도 후속대안 토론회가 열려 4가지 대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정록 전남대 교수는 “교육과학연구도시나 다기능 복합도시 안은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으나 국토균형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충청권 주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행정중심도시를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영신 경향신문 논설위원도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 정책 목표에 부합하며 충청은 물론 기타 지역에도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은 행정중심도시안”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은 “경제부처가 옮기지 않으면 대부분 경제부처 소관인 공공기관의 이전 역시 어려워지므로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은 곤란하다”며 “충청권 발전과 영호남 등 지역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서는 행정특별시나 행정중심도시의 두 가지 대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영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행정중심도시안과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는 “행정기관의 이전 수보다는 어떤 기능이 충청지역의 특성과 부합하는지 우선 고려해 행정기관을 이전하고, IMF 이후 침체된 충청권 과학 인프라를 다시 확충해야 한다”며 “지금은 장기적 국가 전략보다도 충청권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충청지역의 여론은 신행정수도 원안에 가장 가까운 행정특별시안의 지지였다. 김제선 신행정수도지속추진 범충청권연대 집행위원장은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은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없기 때문에 검토할 가치가 없으며 충청권에 대한 장기적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전제가 없긴 하지만 현 단계에선 행정특별시안을 지지한다”고 밝혀 토론회에 참석한 충청도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충청도민들의 공통된 의견은 '행정특별시'안에 대한 지지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충청도민들이 패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반면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을 주장하는 측은 행정중심도시안과 행정특별시안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가 연기·공주로 간다 해도 지역에 새로운 고용이 창출되지 않으며 서울에 지사 등을 둬야 하는 비용 문제만 발생한다”며 “차라리 연기·공주를 행정도시보다는 기업도시 개념을 강화한 모델로 개발해 기업과 과학기술연구의 집적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한길 국회 특위 위원장은 “특위 활동을 하면서 여야간 상당부분 공통점을 발견했다”면서 “충남 연기·공주지역 2160만평을 올해 안에 수용하고 대안도시는 인구 40~50만의 자족도시가 돼야 하며,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한다 데에 여야가 합의한 상태”라고 특위 활동의 진행 경과를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4가지 신행정수도 후속대안에 대한 학계 전문가들의 설명과 함께 지지 발언이 있었다. 다음은 주요 내용.

◆행정특별시
먼저 ‘행정특별시’안의 주제발표에 나선 황희연 충북대 교수는 “대안도시는 새로운 국토질서의 구심점으로서 국토 전체에 분산된 기능들을 아우르고 새로 개발할 미래형 혁신도시 등 지역별 성장핵과 유기적인 연계체계를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충청권이 입지적 조건이 맞아 후보지로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가 주장하는 ‘행정특별시’안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되지 않도록 청와대와 그 산하기관, 금융감독위원회 등 경제수도로서 서울의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기구 등을 제외한 중앙행정기관 전체를 연기·공주지역으로 이전하고,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특별시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것이다.

황 교수는 ‘행정특별시’안이 위헌 소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법무부 유권해석에 대해 “헌재 결정문의 ‘헌법상 수도의 개념’으로 볼 때 청와대를 서울에 둔 상태로 중앙부처 전부를 서울 이외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해서 위헌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연기·공주지역에 행정특별시를 건설하는 것은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라고 분명히 했다.

◆행정중심도시
윤철현 동아대 교수는 ‘행정중심도시’안을 설명하면서 “현 국토공간구조는 성장요소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제국주의 공간모형”이라면서 “국토의 기본골격을 부산권과 광주권, 수도권을 삼각형 구조로 이어 이루는 3극 체제가 곧 국토의 다극적 분산형 구조”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이어 “연기·공주지역의 대안도시는 바로 이 3극을 지원하는 독립된 행정중심도시가 돼야 한다”며 “행정중심도시가 개발되면 전국의 주요지역으로 수도권 과도집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가 주장하는 ‘행정중심도시’안은 청와대와 그 소속기관, 외교부 등 외교·안보부처는 서울에 남고 나머지 행정기능을 갖는 중앙부처들을 이전하되, 나머지는 자율에 맡기자는 주장이다.

◆교육과학연구도시
이광윤 성균관대 교수는 “프랑스 파리가 런던과 유럽의 수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서울의 지위도 동경과 더불어 각축을 벌이는 2극 체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국가 행정기관 대부분을 옮길 필요는 없고 수도권 부도심으로서의 기능을 할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법칙국가의 원칙상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행정특별시’와 ‘행정중심도시’안처럼 행정부를 통째로 옮기는 것은 결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교육과학연구도시’안은 서울이 수도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치·행정 기능이 수도에서 행해져야 하며, 따라서 대안도시는 교육 및 과학관련 중앙부처의 일부를 선별 이전해 특성화된 행정도시를 건설하고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육·과학관련 산하기관 및 연구기관, 기업도시를 유치하자는 주장이다.

◆다기능복합도시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다기능 복합도시’안을 지지했다. 허 교수는 행정수도 건설을 일종의 ‘쇼크 요법’이라고 지적한 뒤 “국가균형개발을 위한 쇼크요법이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일반 해법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헌재 판결로 인한 충청권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수도권 인구분산 효과가 강한 복합형 교육도시(다기능복합도시)를 충청권지역에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다기능복합도시’는 교육기관(서울대학교 )이전을 핵심으로 하되 기업이전과 교육·과학관련 행정기관 이전을 병행함으로써 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행정특별시’안은 공무원 1만7000여명이 이동하지만, 서울대학과 교육·과학 관련기관 등이 이전할 경우 4만명에 이르는 인구이동효과가 있다”며 “새로운 특별법 제정없이도 추진이 가능해 정치적 갈등도 적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