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평 단층 목조주택(2″×6″)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단조로운 지붕이며 외벽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에서 쉬이 만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집이 아닌,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한 집이다. 이렇듯 땅이 지닌 조건 안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기에 따듯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배치를 보면, 북측 진입로 쪽에다 집터를 앉혀서 넓은 마당은 물론 하늘과 맞닿은 들녘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 건축주의 연령에 맞추어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 사이의 단을 낮췄다. 건축주는 전원으로 이주하고부터 결혼한 이후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즐긴다고.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다가오는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전원마을. 나지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저 멀리 하늘과 맞닿은 듯한 들녘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살기에 좋고, 살아갈수록 편안해지는 집은 무엇일까? 모름지기 자연과 인간을 친화적으로 맺어주는 집일 것이다.
여기 자연의 숨결을 보듬기라도 하듯 하늘과 땅 사이에 나지막하게 엎드린 채 삶을 평안하게 담아내는 집이 있다. 31평 단층 목조주택(2″×6″)으로, 높지 않을뿐더러 지붕이며 외벽이 단조로워 눈에 띄지 않는다. 전원에서 쉬이 만나는 우아하고 세련된 집이 아닌, 맛과 빛깔로 치자면 담박한 집이다. 이렇듯 땅이 지닌 조건 안에서 자연에 순응하는 집이기에 따듯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아름다움은 이 집에 담긴 어머니와 자식 간의 정(情)에서 찾을 수 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드높은 존재다. 자식 뒷바라지하랴, 걱정하랴,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하나둘 늘어가는 줄도 모른다. 이 집은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큰아들 내외가 전원에 마련해 드린 안식처다.
박연화(57세) 씨는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 금천구 독산동의 아파트에서 미혼인 작은아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작은아들이 직장을 구하고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집안일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공장 밀집지역이라 그럴 만한 공간조차 없었다. 그럴 즈음 평택의 아파트에서 사는 큰아들 내외가 어머니의 무료함을 달래 드리고자 전원생활을 권유했다. 박연화 씨는 전원에서 텃밭을 일구고 화초를 가꾸면서 지내면 몸을 움직일 일이 많겠다 싶어 선뜻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전원주택 부지를 찾아 나선 지 1년 만인 2004년 봄, 공인중계사사무소를 통해 큰아들 집에서 20분 남짓한 거리의 안성 노곡전원마을을 알게 됐다. 큰아들 집과 가깝고, 교통 여건도 좋고, 이웃할 만한 집도 여러 채 있고… 여러모로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 큰아들은 평당 40만 원에 180평 부지를 구입했다. 설계와 시공은 신영건축사사무소에 맡겼는데, 큰아들이 인터넷사이트를 검색하다가 다음카페(http://cafe.daum.net/greenhousing)에 올린 최길찬 소장의 가식 없는 글에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각각의 공간을 하나로 모아
배치를 보면, 북측 진입로 쪽에다 집터를 앉혀서 넓은 마당은 물론 하늘과 맞닿은 들녘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렇듯 전면에 개방감을 주면서 조망을 확보했음에도 남의 간섭을 안 받는데, 이는 들녘보다 부지 자체가 높기에 가능했다. 주 출입구를 북쪽에 내고, 도로와 현관 앞 후정(後庭) 역할을 하는 덱 사이에 레드파인 방부목으로 이미지 월을 설치하여 동선을 분리했다. 또한 이미지 월에는 현관문과 일직선으로 두 개의 개구부를 설치하여 답답함을 없앴다.
이 집은 현관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두 개의 침실과 욕실을, 우측에는 거실과 식당 겸 주방 그리고 다용도실을 배치했다. 연면적 31평임을 감안하여 침실은 작게, 거실과 식당은 최대한 넓게 뽑아 전면에 배치했다. 현관은 바닥과 벽을 밝은 색상의 자기질 타일로, 천장은 실크벽지로 마감해 넓고 깔끔하게 꾸몄다. 중문을 열면 고정창과 마주하는데, 그곳으로 마치 하나의 액자처럼 중정(中庭)이 바라보인다. 중문의 경우 대개 미닫이문을 다는데, 작은 공간이라 답답함을 덜고자 외여닫이문을 선택했다. 이 공간의 특징은 북측 도로에서나 남측 중정에서나 이미지 월과 현관 그리고 고정창을 통해 시선이 한곳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안전성과 실용성 강조한 공간 배치
건축주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곳이 거실로, 전면창과 천창을 통해 푸른 하늘과 너른 들녘이 펼쳐진다. 바닥은 강화마루로, 천장은 루바로, 벽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실크벽지로 마감했다. 소파가 놓인 벽면 모서리에는 두 개의 고정창을 내 비스듬하게 북측 도로와 현관 입구를 바라보도록 했다. 물론 밖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동틀 녘에서 해거름까지 볕이 드는 거실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푸근해진다는 박연화 씨.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의 높이 차를 두지 않아서 그런지 마치 햇살 가득한 들판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천창에 걸린 보름달은 또 어떻고요. 아파트에 살 때는 상상도 못한 일들이 여기에서는 날마다 펼쳐지고 있어요.”
거실 우측에 딸린 주방 겸 식당의 공간 연출은 독특하다. 거실에서 식당과 디자인이 예쁜 쿡탑은 보이게, 설거지 그릇을 담아 놓는 싱크볼은 안 보이게 처리했다. 주방에서 일을 하면서 거실의 텔레비전을 볼 수 있고, 반대로 거실에서 쉴 때도 쿡탑을 볼 수 있다. 벽보다는 터진 공간을 바라보면서 편안하게 요리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젊은 사람도 음식물을 끓이다 깜박 잊곤 하는데, 안전성까지 세심하게 배려했음을 엿볼 수 있다. 주방은 김치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비치한 다용도실로 통한다.
거실 우측의 작은 방은 손님용인데, 창문을 의자에 앉은 눈높이로 냈다. 안방 양면에 낸 창도 마찬가지다. 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건축주를 위해 앉은 눈높이로 창을 내 전면으로는 마당이, 측면으로는 중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리석 인조타일로 마감한 욕실은 작은 수납장을 심플하게 설치했다. 또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욕조와 칸막이 사이를 충분히 띄웠다. 건축주의 연령에 맞추어 거실과 덱 그리고 마당 사이의 단을 낮췄다. 덱에도 핸드레일을 없앤 대신 키 작은 의자를 길게 늘어뜨려 걸터앉도록 했다. 정오가 되면 덱 한가운데로 소나무 그림자가 떨어진다. 이곳에 목재 테이블과 흔들의자를 놓을 계획이다.
보통 주차장은 주택의 외부에 배치하곤 한다. 그런데 이 집은 주차장이 마당 깊숙이 들어와 있다. 주차장의 한쪽 면은 막힌 듯하면서 뚫려 있다. 이 때문에 집 안에서 바라볼 때, 주차장은 이웃한 집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담 아닌 담 역할을 겸한다. 건축주 박연화 씨는 전원으로 이주하고부터 결혼한 이후 자신만의 시간을 처음으로 즐긴다고.
“시골로 간다니까, 친구들은 외로움을 탈 거라며 걱정했어요. 그런데 지금껏 한번도 외롭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정원을 가꾸고, 책 읽고, 뜨개질하고… 외로움을 탈 짬이 없는 걸요. 이제는 더 바빠질 것 같아요. 텃밭 가꾸랴, 꽃 심으랴, 이웃 할머니와 나물 캐러가랴. 살맛 난다는 말을 이제야 알겠어요.”
전원생활을 하면서 아파트에 살 때보다 아들들이 더 잘 모인다고 한다. 손주들이 맨발로 마구 뛰어다녀 덱에 칠이 벗겨졌을 정도라고. 단층집이라 가족이 서로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 더 정겹고, 손주 녀석들은 가기 싫다며 때까지 쓴단다. 이 집을 통해 작은 평형은 단층이 내부 면적을 더 넓게 사용하고, 땅을 밟기 쉬워 편리함이 돋보인다는 것을 엿보았다. 최길찬 소장은 이 집을 짓고 나서 건축쟁이로서의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혼자 사시는 어머님을 위하여 아들 내외가 준비한 이 집은 멋보다는 편안하고 아늑하며 깔끔한 건축이 되도록 노력했습니다. 건축주로부터 ‘어디를 가나 항상 비판으로 일관된 친구도 이 집을 보고 칭찬만 하더라’면서 ‘너무 만족스럽다’는 말을 듣고는 건축쟁이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田
글 윤홍로 기자 / 사진 송희정 기자
■건축정보 ·위 치 :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노곡리
·대 지 면 적 : 180.59평(597.00㎡)
·연 면 적 : 30.57평(101.07㎡, 16.93%)
·건 축 면 적 : 31.55평(104.31㎡, 17.47%)
·건 축 형 태 : 2″×6″ 단층 목조주택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시더사이딩
·지 붕 재 : 컬러 아스팔트 슁글
·내벽마감재 : 실크벽지
·바 닥 재 : 강화마루
·창 호 재 : 시스템창호
·식 수 공 급 : 지하수
·난 방 형 태 : 심야전기보일러
·시 공 기 간 : 2004년 7월∼10월.
·건 축 비 : 총 1억 3500만 원(주차장, 조경공사비 포함)
■설계 : 신영건축사사무소(02-592-0494)
■시공 : 신영건설(02-592-0514)
<Country Home New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