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물 좋기로 이름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에 들어선 복층 ALC 주택. 대구 토박이인 건축주 장기홍(74세)·함은선(69세) 부부가 낡은 농가주택을 헐고 지난해 2월 완공한 주택이다. 흰색으로 깔끔하게 마감한 외벽과 이와 어우러진 붉은색 금속기와가 전형적인 전원주택임을 알리고 있다.
이 주택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던하고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는 외관과 더불어 내부도 인테리어적인 요소를 최소화해 차분하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바로 거실이 나타나며, 그곳을 중심으로 안방과 작은방이 놓여 있고 입구 바로 오른 편에 계단이, 왼편에는 주방과 응접실이 자리한다.
직사각형 대지 형태에 맞추어 집을 길게 배치하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거실을 앉혀 전면창을 냈다. 2층도 마찬가지. 계단을 오르면 직사각형 모양의 방 2개가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내는데 거실 전면창 바로 위에 큰 창과 발코니를 내 넓게 펼쳐진 비슬산 조망을 한껏 끌어들였다.
끝없는 배움과 음악에 대한 열정
가창면에서도 이곳 대일리는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물 맛 좋기로 유명하다. 대구에서 생산되는 소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 인기 좋다는 생수도 이곳 물을 사용한다. 건축주는 6년 전, 물이 좋으면 땅도 좋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곳에 주택을 짓고 옮겨왔다. 건축주 장기홍 씨는 2년 전 경북대학교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했다. 지질학을 전공한 그는 요즘 철학에 푹 빠져 지낸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각종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토론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그의 끝없는 열정은 집 안 구석구석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입주한 지 2달이 넘었지만 장 씨의 전용공간 격인 지하(선큰 층)와 2층 곳곳에는 정리되지 않은 책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놓여 있다. 보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케 하는 빛 바랜 것에부터 아직 손때가 묻지 않은 최근의 것까지 다양한 책들이 호기심을 자극해 절로 책장을 넘겨보게 만든다.
이날은 저녁에 지하에 마련된 작은 강의실에서 관련 세미나가 있을 예정인데 제자와 지인知人들이 모여 서로 강의도 하고 토론도 하며 배움의 장을 열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집안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하자 부인 함은선 씨는 “각자 음식을 싸오기 때문에 그리 큰 불편은 없다”면서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아까워 탁자를 놓고 책을 보는 양반인데 어떻게 말릴 수 있겠느냐”는 말을 덧붙였다.
장 씨는 최근 들어 오래된 레코드판을 모으는 데 열심이다. 집 안 여기저기서 얼핏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턴테이블이 눈에 띈다. 그 주위로 이제는 라디오에서조차 듣기 어려운 가수들의 음반이 빼곡이 쌓여 있는데 길을 가다 혹은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장 씨가 레코드 점에 들러 모은 것들이라고 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지만 CD가 LP보다 좋은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장 씨는 믿고 있다.
입체감, 깔끔한 외관 탁월
210평 대지에 남향으로 앉혀진 55평 복층 ALC주택. 건축주는 작은 주택에서 거주하다 정년퇴임과 함께 집을 새로 올리기로 마음먹고 작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올해 4월 입주했다. ALC 구조는 비용도 적당한 데다 현대식 분위기를 잘 살린다는 이유로 선택했고 설계와 시공은 인근 경산에 소재한 대림ALC에다 맡겼다.
외관은 붉은색 기와를 얹은 지붕이 차곡차곡 쌓인 듯 입체감을 더한다. 무게감이 느껴지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발산하는 흰색 드라이비트로 외벽을 마감하고 차분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합지벽지로 내벽을 처리했다. 또한 서까래를 노출시킨 천장과 집 내부를 훑는 몰딩 그리고 강화마루가 일체감을 준다.
지하층이라지만 지대에 맞닿아 있는 43평의 차고는 지금 장기홍 씨의 강의실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밖이 훤하게 내다보이는 큰 창을 내 답답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아 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에 제격이다. 계단을 오르면 집 현관과 마주한다. 건축주의 공용공간이 1층에 모여 있고 몸이 불편한 노모를 모시고자 거실 맞은 편에 황토로 마감한 노모 방을 배치했다. 함은선 씨는 황토 덕분인지 집을 새로 지으면서 노모의 목소리도 좋아지고 기력도 나아진 것 같다고.
2층은 장 씨의 책들과 음반들로 가득하다. 책장마다 세월을 알리는 헐거워진 책들로 가득하고 턴테이블이 자리한 구석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곳 역시 1층과 마찬가지로 합지벽지로 내벽을 마감했다.
함 씨는 너무 늦게 시작한 전원생활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놓치지 말고 좀더 일찍 준비해서 전원으로 내려가라고 조언했다. 참다운 전원생활은 단지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텃밭도 가꾸고 정원도 보살피며 자연과 함께하는 것에 있지 않겠느냐고 그는 말한다.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