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함평군 해보면 행복마을에는 18채의 한옥이 들어서 있다. 기와를 얹고 팔작지붕을 한 18채의 한옥 모두는 공장에서 벽체, 바닥, 지붕 등을 제작한 후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되는 '모듈 공법'으로 올렸다. ㈜하루한옥에서 시공한 이른바 '하루한옥'이다. 하루한옥 18채가 들어 선 마을을 찾아 거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공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한옥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모듈공법이었다. 공장화된 공법을 적용하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이의 적용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과연 컴퓨터로 한옥의 멋을 살릴 수 있는 지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더 이상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웰빙 바람을 타고 한옥 수요가 증가하면서 모듈 공법을 적용한 주택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하루한옥의 '하루한옥'이다.
기존 획일화된 공장 제작 방식과 다른 '레고 한옥' 그간 한옥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으나 실제 건축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은 높은 건축비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한옥을 지으려면 3.3㎡(1평)당 1,000만 원을 넘기기 일쑤였고 아무리 저렴하게 해도 3.3㎡당 800만 원이상은 생각해야했다. 자금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옥 전문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한옥 건축 시장이 점점 쇠락하면서 한옥을 배우고 짓겠다고 나서는 이들의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높은 건축비와 전문인력 부족으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한옥시장이 최근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 모듈공법이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오래전부터 목구조 건축 시장이 활성화한 일본에서 넘어온 모듈 공법은 각 실을 배선 작업까지 마친 모듈로 나눠 공장에서 제작한 후 현장에서는기초공사를 완료한 자리위에 조립만하면 집이 완성된다. 공기가 줄고 대량으로 찍어 내기에 자재비, 인건비, 유지비 등이 감소해 건축비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 분야에서는 모듈공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그러나 모듈 공법이 갖는 가장 큰 단점은 획일화된 평면에 있다. 공장 제작 특성상 건축주 개인의 취향을 살린 평면 구성이 쉽지 않고 한 번 계획한 설계를 중간에 변경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이 컴퓨터로 제작돼 주문 후 일주일에서 보름이면 운송되기에 설계 변경을 반영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하루한옥은 '레고한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똑같은 형태가 아닌 건축주개개인의 요구를 최대한 반영 할 수 있다는 게 하루한옥 박재원대표 설명이다.
단열 강화로 쾌적하고 편리한 한옥 실현 "하루한옥의 시공을 의뢰하는 고객 중에 구조를 원하는 대로 바꿔달라는 요청이 많아 레고한옥을 생각하게 됐다"면서 "기존 모듈공법이 똑같은 형태의 주택을 찍어내는 것에 불과했다면 레고한옥은 모든 구조를 원하는대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진화한 형태"라고 박대표는 설명했다. 레고한옥이가능했던것은진화한벽체시공법에있다. 상인방, 중인방, 하인방을 넣은 벽체를 하나의 판재로 구성해 이것이 구조체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창호가 들어갈 부분을 제외한 벽체 전체를 공장에서 판재로 제작해 내보낸다. 단열재를 넣은 벽체가 구조체 역할까지 맡고 있으니 기둥이 떠받는 하중을 덜 수 있어 전통 한옥보다 넓은 공간 계획이 가능해졌다. 박 대표는 "현대인 생활에 맞춰 공간을 구성하려면 기존 공법으로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다양한 건축주 요구에 부응하는 공법을 고민하다 이와 같은 벽체 시공법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공법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단열성능강화를 통한 주거편의성 향상이다. 하루한옥은경량목구조공법에서힌트를얻어200㎜벽체에159㎜R19 단열재를 충진한다. 소비자가 요구하면 왕겨숯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 박 대표는 이렇게 하면 전통공법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단열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지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하루한옥은 단독주택 뿐만아니라 전남 함평 해보면 행복마을조성을 완료한데 이어 경남 산청 경호강인근에 50동 규모 펜션단지를 조성중이고 강원도 홍천아트빌한옥마을 100동 시공협약을 맺었으며 2013년 충북 충주에서 개최하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 선수촌에 한옥마을을 조성할 예정이다. 박재원 대표는 "변화하는 현대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립식 한옥을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쾌적하고 편리하며 경제적인 한옥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