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짓다
PLANNING 침실 1개 화장실 1개 층수 지상 1층
HOUSE PLAN 건축면적 37.22㎡(11.25평) 연면적 37.22㎡(11.25평) 최고높이 3.75m(가중평균지표 기준) 공법 기초-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철근콘크리트조, 중목구조 지붕재 노출콘크리트 외벽재 우드 사이딩 창호재 T120 알루미늄 커튼월프레임, T34 투명 로이 3중유리 내벽재 노출콘크리트, 나왕 합판 위 투명 도장 바닥재 강마루 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 스탠다드 현관문 단열 강화도어 가구 현장 제작
설계 LOW CREATORs 설계자 권재돈, 양인성 #1. 생각해보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작은 집도 지으시나요?” 작은 집을 만들면서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네. 작은 집 설계하고 짓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후 안타깝게도 연락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맴도는 단어 ‘작은 집’. 건축가에게 집 규모의 크고 작음이 대수겠는가. 집이란 삶을 함께 그리는데 그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는 ‘집’이란 무엇인가? 어떤 모습이 ‘나’에게 어울리는 ‘집’일까? 매일 집이라는 단어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태초의 집은 외부환경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공간이었다. 뜨거운 빛을 피하고 찬 공기를 막고, 맹수로부터 안전한 피난처로써의 기능을 담당했다. 쉽게 말해 바닥이 있고, 벽이 서고 그 위에 지붕을 씌운 형태가 우리가 말하는 ‘집’이라는 형태의 모체다. 여기서 지붕을 씌운다는 것은 그늘을 짓는 행위가 아닐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집’의 꼴을 잡아갔다. 평면도
#2. 꼴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에서 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기단을 올리고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워 집의 꼴을 다듬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점 둔 것 역시 집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개념이 아니라 우리 환경에 적합하면서도 집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나하나 잡아가는 것이다. 가장 먼저 지면의 습기를 막기 위해 바닥을 올렸다. 3개의 넓은 디딤판을 밟고 올라선 마루는 집을 감싸고 있다. 집의 구조는 실내 어디에서나 밖으로 나가 언제든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도록 구성했다. 안과 밖이 모호한 공간은 거주자에게 여유를 선사한다. 사귀에 놓은 주춧돌 위에 십자형 나무 기둥을 올려 두터운 지붕을 받친다. 바닥과 기둥 그리고 지붕이 집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자 전부이다. 입면도
#3. 공간구성
집은 단출하다. 방 하나, 주방, 거실, 욕실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는데 11평 정도면 충분하다. 시계방향으로 집 안 곳곳을 탐험해보자. 현관에 둔 작은 옷걸이에 외투를 벗어 걸어두고 거실, 주방으로 들어선다. 실내는 방을 제외한 4면을 통창으로 구성해 주변의 자연을 모두 받아들인다. 날씨가 좋은 날 모든 창을 열면 집 안은 자연 속의 작은 정자로 변한다. 자연과 대척하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 앉아있는 집이다. 이 집에는 화장실을 제외하고 문이 없다. 방 역시 문이 아닌 가벼운 소재로 공간을 구획해 유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집이란 역설적이게도 그늘을 짓는 일이다. 환경에 대해 적을 지고 경계를 짓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경계는 명확하지 않을수록 좋다. 바닥과 기둥 그리고 지붕이면 충분하다.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제 우리 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사연을 받습니다 집을 짓고 싶거나 집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면서 자신의 집을 그려보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집의 면적과 규모(집터를 보유하고 있다면 필지 면적과 형태, 주변 환경 포함), 원하는 디자인, 가족 구성원, 방 개수, 기대하는 삶, 바라는 공간 등을 간략하게 적어 보내주세요. LOW CREATORs와 함께 여러분의 이야기를 담은 주택을 그려보기 바랍니다. 보내실 곳 lowcreators@gmail.com ※채택 된 사연은 <ARCHITECTURE DESIGN>지면에 소개합니다.
로우크리에이터스LOW CREATORs 새로운 일상을 만드는 일상 제작소 ‘LOW CREATORs’ 는 건축을 통해 일상 속에서 공간이 주는 행복을 찾고 건축의 일상성과 삶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소규모 건축가 그룹이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보다는 삶의 작은 틈 속에서 새로운 일상을 찾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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