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오랜 시간 전원생활을 동경했던 건축주는 은퇴 후 용인시 처인구 전원주택지 부지를 사들였다. 좁은 단지 진입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끄트머리에 낮은 산을 배경으로 놓인 꽤나 넓은 부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남향에다 단지임에도 사람 왕래가 적은 한적한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건축주가 설계와 시공을 맡은 ㈜푸름인건축사사무소에 요구한 사항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나이 드신 어머니를 위해 계단이 없는 단층으로 설계할 것과 가족이 저마다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
사생활과 소통을 동시에 누리다 ㈜푸름인건축사사무소 강한성 소장은, 건축주를 마주하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삼대가 모두 만족하는 327.7㎡(99.1평) 주택을 만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취미생활 공간을 요구한 건축주 의견에 맞춰 강 소장은 구성원들이 사생활을 보호받도록 각 실을 넓게 분산 배치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가족이 한 데 모이는 거실, 주방 등의 공용 공간을 계획하고 이들을 잇는 동선을 고민했다. 복도를 중심으로 여러 방들을 배치하자 남북으로 긴 형태의 주택이 나왔는데, 문제는 식구가 많고 방을 넓게 많이 드리다 보니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강 소장은 복도 일부를 서재로 만들거나 곳곳에 수납장을 설치해 이를 보완함과 아울러 여러 곳에 다락을 만들어 수납공간 외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케했다. 강 소장은"아파트가 보편성을 고려한 Prototype 공간이라면 단독주택은 건축주의 Needs가 세부적으로적용되는 특화 공간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사용자의 필요조건을 다듬어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내야 해요. 용인 주택은 삼대가 동거하기에 이들의 사생활을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중요했지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지 안에 각 실을 넓게 수평적으로 배치하고 다이닝, 키친을 중심으로 다시 통합하는 평면적 구성 방식을 적용했어요"라고 설명한다. 많을 다多, 즐거울 락갪, 꽃다울 방芳으로 명명된'다락방多갪芳'. 여러 즐거움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이다. 다락이 많기도 하거니와 삼대가 모두 즐겁게 지내길 바라는 건축주 마음이 담겼다.
공간에 맞게 구조를 달리하다 주택은 경량 목구조와 중목구조를 혼용해 지은 특이한 경우다. 경량 목구조는 공사 기간이 짧고 공사비가 저렴한 반면, 중목구조는 기둥과 기둥 사이가 넓어 보다 넓은 공간 계획에 유리하고 구조재를 노출해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침실 같은 사적인 공간은 경량 목구조로, 주방/식당, 거실 등 공용 공간은 중목구조로 시공했다. 그리고 주방/식당은 큰 창을 내 확장감을 준 것이 특징이다. 강 소장은 "공간 크기는 물리적인 크기와 심리적인 크기로 나눌 수 있어요. 이중심리적인 크기가 중요한데, 같은 크기의 공간이라도 창 크기나 투명도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이 주택 주방/식당처럼 창을 크게 내고, 투명 유리창을 설치하면 확장감이 느껴지기에 여덟 명이면 꽉 찰 공간에 스무 명이 있어도 사람들은 전혀 좁다고 생각지 않아요"라고 설명한다. 주택은 특히 단열에 신경 썼는데 단열재로 흡음성, 불연성, 친환경성등 여러 면에서 우수한 글라스 울을 사용하고, 복사열을 차단하는 열반사 단열재를 시공했다.
공간 구성, 자재 사용 등 세세한 것까지 심혈을 기울여 지은 주택은 건축주 생활이 그대로 배어 나와 익숙하고 친밀한 느낌이다. 설계만 3~4개월 걸렸을 정도로 깊은 대화를 나눴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강 소장의 설명이다. 한편, 다락방은'2012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에서 목구조상을 받았다.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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